인문, 철학, 신학 그리고 성경(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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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에서 이스라엘로
코로나 방역 기간에도 부득이 누군가를 만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하여 조심스레 만났음에도 만났던 그 사람 동선이 확진자 동선이 겹쳤다는 소리를 들으면 불안을 떨칠 수가 없는 게 우리 인간이다. 어쩌면 불안은 우리 인간들의 버릇이고 숙명인 것 같다. 그렇다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지레 낙심하거나 절망은 금물이다. 설령 최악의 경우가 닥친들 바닥짐이라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극복할 수 있다. 배의 무게 중심이 아래로 유지되도록 하는 바닥짐, 중심이 항상 아래로 향하도록 물이나 화물로 바닥을 채웠기에 파도나 풍랑에도 배는 전복되지 않는다. 그 바닥짐처럼, 험한 파도와 같은 삶에서 믿음은 우리 인생의 바닥짐인 것이다. 혼돈스런 현실 요한복음16:19-24에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서 제자들은 뜻밖의 ..
2021.03.21 -
확신과 증거로 산다는 것
미얀마 국가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군부의 총과 몽둥이가 민주화를 외치는 시위대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가해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죽어 나가고 어디까지 희생되어야 이 나라 시민들이 바라는 밝은 세상, 좋은 사회가 찾아올까? 50년 전, 또는 70년 전, 이 땅에서도 5.18 민주화 투쟁, 4.19 학생 의거를 겪었던 우리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정의로운 사회, 민주화된 세상을 꿈꾸던 많은 의인들을 잃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오늘의 미얀마 민주화 투쟁이 유독 우리들에게 예삿일로 보이지 않는다. 마태복음 17장에는 예수의 변화산상 사건이 묘사된다. 일부 제자들을 데리고 올라갔던 그 산위에서 예수는 얼굴이 빛났고 좌우에는 율법의 대표자 모세와 예언의 대표자 엘리야까지 서 있었다. 이 사건을 ..
2021.03.17 -
나는 너희가 살기를 원하노라
'끝났다. 이젠 가망 1도 없어.' 오래전 바벨론에서 살전 히브리인들의 심정이 그랬다. 그들은 제국에 잡혀와 꿈도 비전도 다 잃어버렸고 선민이라는 자존감은 더욱 희미해졌다. 그런 그들에게 야훼는 예언자 에스겔을 통해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너희가 포기보다는 차제에 새 각오, 새 영으로 다시 살기를 원한다. 나는 너희가 살기를 원한다'(겔18:30~32)고 말했다. 망친 인생, 무너져버린 세상을 향한 신의 진의는 그런 것이었다. 부서진 채로 그대로 죽기보다는 이참에 정신 차려 제대로 살기를 바라는 그 심정이야 오늘의 우리를 향한 마음에서도 다르지 않다. 사람을 구하고 살려야 눅5:1~11에는 광야 시험 후, 예수가 갈릴리로 돌아가 복음 전하는 공생애 시작에 제자들을 모집하는 사건이 소개되어 있다. 예수..
2021.03.07 -
시험과 유혹 사이에서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들은 곧잘 말한다. 내가 지금 유혹에 빠졌다고. 그런데 신앙인들은 그런 경우 자신이 시험에 들었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삶에서 겪는 일상의 유혹이나 시험이 무슨 차이가 있으랴? 하지만 한두 달도 아니고 1년을 넘기는 코로나 19 펜데믹 현상에서, 그것도 전 지구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작금의 이 현상에서 인류의 이 고통은 시험인가 유혹인가? 성서 마4:1~11을 볼 것 같으면, 신의 편에서는 '시험'일 수도 있고 인간의 편에서 보면 '유혹'에 빠진 것이다.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이후, 예수는 성령에게 이끌려 광야로 나갔다. 마귀에게 시험을 받기 위해서였다. 광야는 고독과 위험과 고난을 상징하는 장소이기에 힘들고 고독하며 때론 위험까지 겪는 우리 삶이 종종 그 광야에 비유되곤 한다. 그 ..
2021.02.28 -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성경 누가복음 10장을 보면, 예수가 확대된 70명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전국 지방과 촌락으로 보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보다 앞서 가서 아픈 이들을 고치고 신의 나라가 다가왔음을 알리라는 임무를 지워 파송하였다. 이런 일에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예수는 느닷없이 파송하였다. 그들은 방어할 무기도, 돈도, 예비 식량도 없이 떠나야 했다. 무전 선교사역이었고 목숨을 걸 수도 있는 전도여행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을 대접해 줄 사람들에게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리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 한가운데로 파송을 받은 것이다.(눅10:1~24) 이리들의 세상 이리 와 같은 사회, 그것은 자기와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사나운 사회이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며 삶의 방식이 다르면 그 '다르다'는..
2021.02.21 -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자기 자리를 잃은 사람들. 질곡 많은 인생살이에 이루어 놓은 게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들, 다들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오래전 나라 잃고 강대국에 포로로 끌려간 이들의 심정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거듭되는 전염병 재앙에 사람들의 심장 또한 그러리라. 하기야 악재가 거듭되고 낙담이 너무도 잦으면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사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캄캄한 세상에 길을 제시한 이가 있었다. 예수였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길'이라 하셨다. 그리고 그의 삶은 어딘가에 머무는 삶이 아니었다. 항상 움직이는 삶이었다. 오죽하면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 새도 자기 보금자리가 있건만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하였겠는가! 그도 인간인지라 살면서 답답한 지경을..
202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