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철학, 신학 그리고 성경(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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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희가 살기를 원하노라
'끝났다. 이젠 가망 1도 없어.' 오래전 바벨론에서 살전 히브리인들의 심정이 그랬다. 그들은 제국에 잡혀와 꿈도 비전도 다 잃어버렸고 선민이라는 자존감은 더욱 희미해졌다. 그런 그들에게 야훼는 예언자 에스겔을 통해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너희가 포기보다는 차제에 새 각오, 새 영으로 다시 살기를 원한다. 나는 너희가 살기를 원한다'(겔18:30~32)고 말했다. 망친 인생, 무너져버린 세상을 향한 신의 진의는 그런 것이었다. 부서진 채로 그대로 죽기보다는 이참에 정신 차려 제대로 살기를 바라는 그 심정이야 오늘의 우리를 향한 마음에서도 다르지 않다. 사람을 구하고 살려야 눅5:1~11에는 광야 시험 후, 예수가 갈릴리로 돌아가 복음 전하는 공생애 시작에 제자들을 모집하는 사건이 소개되어 있다. 예수..
2021.03.07 -
시험과 유혹 사이에서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들은 곧잘 말한다. 내가 지금 유혹에 빠졌다고. 그런데 신앙인들은 그런 경우 자신이 시험에 들었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삶에서 겪는 일상의 유혹이나 시험이 무슨 차이가 있으랴? 하지만 한두 달도 아니고 1년을 넘기는 코로나 19 펜데믹 현상에서, 그것도 전 지구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작금의 이 현상에서 인류의 이 고통은 시험인가 유혹인가? 성서 마4:1~11을 볼 것 같으면, 신의 편에서는 '시험'일 수도 있고 인간의 편에서 보면 '유혹'에 빠진 것이다.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이후, 예수는 성령에게 이끌려 광야로 나갔다. 마귀에게 시험을 받기 위해서였다. 광야는 고독과 위험과 고난을 상징하는 장소이기에 힘들고 고독하며 때론 위험까지 겪는 우리 삶이 종종 그 광야에 비유되곤 한다. 그 ..
2021.02.28 -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성경 누가복음 10장을 보면, 예수가 확대된 70명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전국 지방과 촌락으로 보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보다 앞서 가서 아픈 이들을 고치고 신의 나라가 다가왔음을 알리라는 임무를 지워 파송하였다. 이런 일에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예수는 느닷없이 파송하였다. 그들은 방어할 무기도, 돈도, 예비 식량도 없이 떠나야 했다. 무전 선교사역이었고 목숨을 걸 수도 있는 전도여행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을 대접해 줄 사람들에게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리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 한가운데로 파송을 받은 것이다.(눅10:1~24) 이리들의 세상 이리 와 같은 사회, 그것은 자기와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사나운 사회이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며 삶의 방식이 다르면 그 '다르다'는..
2021.02.21 -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자기 자리를 잃은 사람들. 질곡 많은 인생살이에 이루어 놓은 게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들, 다들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오래전 나라 잃고 강대국에 포로로 끌려간 이들의 심정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거듭되는 전염병 재앙에 사람들의 심장 또한 그러리라. 하기야 악재가 거듭되고 낙담이 너무도 잦으면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사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캄캄한 세상에 길을 제시한 이가 있었다. 예수였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길'이라 하셨다. 그리고 그의 삶은 어딘가에 머무는 삶이 아니었다. 항상 움직이는 삶이었다. 오죽하면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 새도 자기 보금자리가 있건만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하였겠는가! 그도 인간인지라 살면서 답답한 지경을..
2021.02.14 -
그 거룩한 길에서
2500년 전, 신의 선민이라고 자처하던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의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귀족들이 사로잡혀 갔고 지도자들이 포로 신세가 되었다. 그 절망이고 참담한 상황을 예언자들은 그 신학적으로 해석하였다. 그것은 신의 심판이었고 이스라엘은 신의 심판받을 짓을 했다고 말이다. “어쩌다가 성실하던 마을이 창녀가 되었는가! 법이 살아 있고 정의가 깃들이던 곳이 살인자들의 천지가 되었는가! 너의 은은 찌꺼기가 되었고 너의 포도주는 물이 섞여 싱거워졌구나. 너의 지도자들은 반역자요, 도둑의 무리가 되었다. 모두들 뇌물에만 마음이 있고 선물에만 생각이 있어 고아의 인권을 짓밟고 과부의 송사를 외면한다.”(사 1:21-23). 역사를 신의 눈으로 해석하였던 예언자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눈을 갖고 있었다. 그러기에 바..
2021.02.07 -
믿음으로 사는 사람
우리에게 신앙은 기적이었다. 믿음이 없었고 성실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딴생각을 가지고 살았음에도 믿어지니 말이다. 그러니 신앙은 은혜요 그저 주신 선물이었다. 시작은 그랬다. 하지만 이후로 그 믿음은 자라가야 했다. 그렇게 자라가는 우리 믿음을 통해 신은 역사하길 원하신다. 우리가 세상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 신의 관심사도 거기에 있다. 믿음의 삶, 그 의지적 삶을 통해 신은 오늘도 당신의 기적 만들어가기를 원하신다. 이전에, 우리의 눈은 사물을 보았다. 그 눈으로 세상 기준의 값어치를 따지고 그 기준으로 비교하며 정죄하여 왔다. 사람을 봐도 그 속 사람을 보지 못하였기에 늘 즉각적이었고 단정적이었다. 하지만 믿음으로 살게 된 이후부터는 사물뿐만 아니라 그 속의 뜻과 의미도 본다. 신의 통치..
202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