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을 아는 마음

2023. 12. 13. 20:53인문, 철학, 신학 그리고 성경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이는 하나님이 너의 하는 일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 네 의복을 항상 희게 하며 네 머리에 향 기름을 그치지 않게 할지니라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이는 네가 일평생에 해 아래서 수고하고 얻은 분복이니라 무릇 네 손이 일을 당하는대로 힘을 다하여할지어다 네가 장차 들어갈 음부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음이니라' (전9:7~10)

 

1. 어떤 이야기에서

작가 앤소니의 글 중에 <종교 박람회> 라는 작품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어떤 믿음 좋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현실적 계산이 조금 빠른 편이었다. 그래서 신앙생활도 그런 방식으로 해왔었다. 그는 날마다 하나님께 자기 소원을 들어달라고 기도했다. 그의 기도가 너무도 간절했기에 마침내 하나님이 감천하여 그에게 반응해 왔다.. "그래 무엇을 구하든 응답해 주마. 단, 무엇을 청하던 딱 세 가지를 들어주겠다. 그 후에는 국물도 없다." 그 사람은 무척 기뻐하며 당장 그 자리에서 첫 번째 청원을 하였다. 더 좋은 여자와 결혼할 수 있게 지금의 자기 아내를 데려가 달라는 것, 그 소원은 곧 성취되었다.

 

사실 이런 엉터리 기도를 들어주실 하나님이겠냐만 이야기 속의 이야기이니 그렇다 치자. 아내의 장례식 날, 일가친척들이 모여와 죽은 이의 온갖 좋은 품성을 늘어놓았다. 한결같이 정말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고 애석해하였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음을 깨달았다. '내가 눈이 어두워 함께 살아온 아내의 덕을 보지 못하고 있었구나. 새로 장가들어 다른 여자를 찾은들 이만한 여자 있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는 하나님께 자기 아내를 다시 살려 달라고 기도하였다. 아내는 그 즉시 관뚜껑을 열어젖히고 살아났다. 이제 그에게는 이제 소원의 기회가 한 번 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잘못 구하면 바로 잡을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단단히 다져 먹고 그 한 번의 시회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한 친구는 장수를 구하라고 조언했고 또 어떤 친구는 건강해야 오래 사는 것도 축복이라 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건강한 들 돈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했고 또 어떤 이는 돈이 많아도 친구가 없으면 인생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모두 다 맞는 말 같았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구해야 할지 자신하지 못한 채여러 해가 지나갔다. 끝내 무엇을 청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그는 결국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 꼭 한 가지를 청해야 한다면 제가 무엇을 청해야 할지 좀 알려 주세요." 그를 딱하게 보신 하나님이 대답해 주셨다. "살다가 무슨 일이 닥치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청하라." 

 

2. 생각을 바꾸면

세상의 어떤 일도 한 면만 가지고 우리에게 오지는 않는다. 우리 인생에 일어나는 일들에는 양면이 다 있다. 그 가운데 어느 면을 보느냐가 중요하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어 횡재를 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대박났다'면서 부러워하겠지만 정말 행운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 느닷없는 횡재에 그가 정신이 빠져 그간 성실히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술집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도박장을 기웃거린다면 그 대박은 그에게 불행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 분야에 최고가 되고자 자기 앞만 보며 달려왔기에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의 삶은 항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그러다 보니 화를 자주 냈기에 그의 표정은 항상 차가웠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몸의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온 결과 깊은 병을 키운 것이다. 그는 낙심했다. 그리고 자신의 불운을 탓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는 자기 회복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마음 따뜻한 이들의 케어를 경험하며 여전히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자기를 위해서나 그들을 위해서라도 나쁜 생각을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경험에서 그는 비로소 자기중심적,, 성취 중심적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다른 이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인간적인 따스함을 회복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질병의 고통은 불운이 아니라 행운일 수 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두운 밤에 바라보면 사물들은 검은 실루엣으로만 드러난다. 하지만 해가 떠올라 아침이 되면 모든 것은 저마다의 색채를 뽐낸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 마음속에 빛이 없으면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속에 빛이 있으면 세상의 아름다움이 보이고 내면은 빛으로 더욱 충만해진다. 세상을 어둡게 보면 세상은 끝없이 어두운 지옥일 뿐이지만 밝게 보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다. 그래서 앤소니의 글에서 인용된 '살다가 무슨 일이 닥치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청하라'는 말이 참 좋다. 그래서일까? 매를 맞고 감옥을 들락거리는 생고생 바가자의 삶을 살았던 바울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딤전6:8)고 했다. 일찍이 그는 이 믿음의 이치를 알았던 것이다.

 

3. 만사에 감사하며

행복한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봄이면 봄을 누리고 여름이면 여름을 누리며 가을이면 가을을 누리고 겨울이면 겨울을 누리며 사는 것이 인생의 지혜이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손에 쥐고 남의 손에 있는 것을 바라보며 산다. 그러기에 만족을 모른다. 만족을 아는 마음이 없기에 공허하고 혼돈된 삶을 산다. 물이 바다로 흐르지만 바다를 채우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채워져야만 만족한다는 인간은 영원히 만족을 모르는 지옥을 살게 될 것이다. 감사는 인생을 바라보는 하나의 렌즈이다. 세상에는 욕구불만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런 이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과 모든 일들을 향해 투덜거리며 산다. 허무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는 사람, 그런 이들에게 세상일들은 다 부질없어 보인다.

 

하지만 감사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는 사람도 많다. 오래전 가나안 농군학교를 세우신 고 김용기 장로님께 누군가가 물었다 한다. "장로님, 지금 행복하세요?" 이에 장로님은 "아니오,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한다. 그분에게 세상은 온통 하나님의 은혜가 살아 숨 쉬는 곳이었다. 똑같은 현실을 보면서도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고 같은 처지에서 감사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 분명한 것은 감사의 사람이 세상에 평화를 만들고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자기 스스로 행복은 말할 것도 없다. 그가 얼마나 감사할 줄 아느냐는 그 사람의 인간적 성숙의 정도를 보여준다. 흔히들 하는 말인 '철들었다'는 말이 무슨 뜻이겠는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다. 철든 사람은 먼저 부모에게 감사한다. 낳아주고 길러주고 방황할 때는 애태우시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는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것이다.

 

더 깊게 철든 사람은 이웃에게도 감사한다. 자신의 오늘에 이르게 직간접으로 개입 된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인 것이다. 그러나 더욱 깊게 철든 사람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안다. 그 감사는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주신, 그리고 앞으로도  주실 모든 것 안에서 확신으로 느끼는 감사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그 어느 것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주어진 삶의 순간들이 하나님의 은총을 나르는 찰나들임을 알기에 모든 일에 감사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그래서 전도자가 말한다. "지금은 하나님이 네가 하는 일을 좋게 보아주시니 너는 가서 즐거이 음식을 먹고 기쁜 마음으로 포도주를 마셔라. 너는 헛된 모든 날, 하나님이 세상에서 너에게 주신 덧없는 모든 날에 너는 너의 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즐거움을 누려라. 네가 어떤 일을 하든지 네 힘을 다해서 하라."

 

결론

혹 불만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고 있지는 않는가? 렌즈를 바꾸어 보자. '감사의 렌즈'로 세상을 보자. 그러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웁게 보이던 사람도 예쁜 구석이 있음을 깨닫고 놀라게 될 것이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도 실은 좋은 점이 많은 사람임을 알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 공존하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 가운데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기 시작한다면 오늘의 우리 삶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다. 아름다운 감사절에 우리 모두가 '만족을 아는 마음'으로 살기를...

 

'그러나 지족 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이 큰 이익이 되느니라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딤전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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