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더 가까이

2021. 1. 10. 23:58인문, 철학, 신학 그리고 성경

힘들 때, 사람들은 그 정체성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집단으로 유대인들이 그랬다. 그 옛날 앗수로 대국에게서, 이어지는 강대국 바벨론에게서, 예수 당시에는 로마 제국에게서, 그리고 최근 역사에서는 히틀러 파시즘에게 크나큰 고난을 당하였다. 유대인들이 겪은 그 민족적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 지난한 세월과 역사에서도 그들은 '신의 백성들'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 엄혹한 사건들과 역사들이 오히려 그들의 정체성을 더 강화했기에 오늘날까지 민족의 독특성, 또는 탁월성(?)이 회자되고 있다. 

 

신들의 세계

 

고대 근동 세계는 신들의 세계였다. 능력에 따라  신들은 다양한 지위를 부여받았다. 높은 신이 있었고 낮은 신이 있었다. 그런데 출애굽 사건으로 여호와 하나님이 이런 여러 신들 중 최고의 신으로 부각되었. 출애굽 과정에서 애굽의 여러 신들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었다. 모세 남매는 이 위대한 승리를 노래하며 정의로 다스리시고 궁극에는 심판으로 마무리하실 하나님의 통치를 찬양하였다. 그런 경험을 겪은 그들에게 여호와 하나님은 엄히,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할 계명을 주셨다.

 

너는 나 외에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출 20:3)
다른 신들의 이름을 부르지도 말며 네 입에서 들리게도 말라"(출 23:13)

 

십계명 서론과 말미 부분에 언급되는 이 명령은 그들의 하나님이 유일 신이요 배타적인 신이심을 암시한다. 그래서 훗날 가나안 입성을 마무리할 즈음, 노쇠한 지도자 여호수아는 혹이라도 이 무리들이 신학적 정체성을 상실할까 염려하여 자기들 조상들이 강 저쪽과 애굽에서 섬기던 신들을 치우고 오직 여호와만 섬기자고(수 24:14)고 권하기도 하였다. 이후, 여호와가 모든 신들과 왕들의 왕이라는 선포는 매해 신년예배 때마다 집단 시편 낭송으로 고백하였다. 

 

유대인들은 믿어왔다, 여호와는 세상을 정의로 다스리시니 만물이 이런 여호와의 통치를 기뻐한다고. 그가 다스리시니 만물이 안정되고 만민이 공평하게 심판받는다고. 그러기에 고대로부터 사용해 온 그들 히브리어에서 '정의'(미슈파트)와 '심판'(샤파트)는 어근이 같다. 정의와 심판이 동의어인 것이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심판이 곧 정의였고 정의란 하나님의 심판이었다. 그러니 하늘을 신으로 섬기는 사람들에게 그 하늘조차 지으신 이에게 경배하라 선포하였다.

 

예언자의 선포

 

여호와께서 왕위에 오르시고 온 세상을 통치하신다는 이 선포는 그의 여러 예언자들을 통하여 이어졌다. 2600년 전 유대인들의 바벨론 포로 기간을 살았던 이사야도 그 맥을 이어갔던 예언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바벨론 제국의 무력에 여호와가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상항에서도 역동적인 희망을 이어갔다. 정의로 다스리시고 심판하실 그분께서 결국 바빌론 권력을 누르고 그 백성을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고.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사 2:7)."

 

그러니 포로 세월의 힘든 상황이지만 좌절 말고 포기치 말라는 말이다. 우리의 신이 통치하신다는 그의 선포 핵심은 메시아의 복음과 사역이었다. 600년 뒤, 메시아로 오신 예수의 첫 선포도 '신이 다스리시는 나라'였다. 갈릴리에서 복음을 전파하며 그는 '때가 찾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라고' 선포하였다. 세례 요한이 자기 제자들을 보내어 당신이 메시아인지 물었을 때 예수는 분명하게 말하였다.

 

너희가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먹은 사람이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눅7:22).

 

당신의 사역에서 신의 다스림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 선포는 장차 도래할 신의 통치에 대한 미래 희망으로도 이어졌다. 계시록 11:15에 그 분명한 묘사가 소개되어 있다.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오는데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 노릇 하시리로다'라는 선포이다. 신약시대의 바벨론 제국으로 불리던 로마 제국도 결국 패배하여 신의 다스림이 이루어질 것을 예언인 것이다.

 

정말 신민인가?

 

오래전, 모세 남매의 노래에서부터 시작된 신의 다스림에 대한 확신은 예언자들과 예수에 대한 선포, 그리고 예수 자신에 의한 선포와 계시록으로 이어져 있다. 주께서 주관하시는 그 다스림은 정의와 심판이다. 세상은 여전히 신의 다스림에 부합치 못하고 있지만 신앙인들은 그의 통치 아래 살겠다 결단하고 세상 거짓 신들을 따르지 않겠다 다짐하며 신처럼 섬기는 돈과 권력과 인기와 이익과 이념에서 돌이켜 모든 신들보다 위에 계신 여호와로 살겠다 다짐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마 6:9~12)

 

이렇게 우리들은 주기도문을 통하여 신의 다스림을 갈망하노라고 고백해왔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다. 정말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원하는가? 정말 신의 통치를 갈망하는가? 하늘을 말하면서 세상 일에만 빠져있었고 우리라고 말하면서도 자기 생각만 하지는 않았던가! 자기 뜻대로 되길 원하면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말해 오지는 않았던가! 죄 지을 기회만 엿보고 있으면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하는 우리들!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습관적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하지는 우리들은 아니었던가 말이다. 

 

유대인들의 선민이라는 정체성은 신의 다스림에 참여함이었다. 그 나라의 신민이라는 고백이 그들을 지켜 주었고 성민이 되게 ㅘ였다. 오늘이라고 다를까? 하나님이 다스리는 시간과 장소가 하늘 나라이다.. 하여 믿음이 깊으면 그 나라도 그만큼 가까이 온 것이다. 정의로 다스리고 심판으로 정리하시는 그 신의 나라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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